# 아기를 낳고 일주일 째 산후조리원 생활 중인 이 씨는 요즘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 아기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가도 어느 순간 특별한 이유 없이 우울해지거나,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고 울컥할 때가 잦아졌다. 이 씨는 혹시 이게 '산후 우울증'인가 싶어 걱정이다.
# 돌 지난 아기를 키우고 있는 문 씨는 우울감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 고민이다. 징징거리는 아기를 보다 보면 참다 참다 폭발해서 소리를 지르거나, 남편에게 시도 때도 없이 짜증을 내곤 한다. ‘하루하루 버틴다는 마음으로 산다’는 문 씨는 오늘도 창밖을 보다가 눈물을 흘렸다.
출산이라는 산을 하나 넘고 그토록 기다리던 아기와 만났으니 행복할 시간만 남은 줄 알았건만,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감에 당혹감을 느끼는 산모들이 적지 않다. 툭하면 눈물이 나거나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에 휩싸인다면 이는 ‘산후 우울감’일 확률이 높다.
산후에는 호르몬의 균형이 급변하고 이는 자율신경과 정신적인 부분에도 큰 영향을 미쳐 우울감을 느끼기 쉽다. 출산 후 85%에 달하는 여성들이 일시적으로 우울감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출산 후 우울한 감정을 느낀다면 산후 우울증이라고 말하는데, 산후 우울감과 산후 우울증은 다르다. 산후 우울감은 호르몬 균형의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일시적인 증상으로, 비교적 증상이 경하고 호르몬이 정상화되면 없어진다. 주로 우울하고 불안정한 기분이 증가하며 쉽게 눈물이 나는 증상이 나타난다.
산후 우울증은 산후 우울감을 계기로 마음이 가라앉고, 아무 일도 할 기운이 없는 등 본격적인 우울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기에게 죄책감을 느끼거나 모든 일에 관심과 의욕이 사라지고, 감정 변화가 심하게 일어나는 증상을 보인다. 특히, 아이에게 애정이 생기지 않는다면 위험 신호이므로 산후 1개월 이상 지나도 우울한 감정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병원 상담을 받아야 한다.
산후 우울감이나 산후 우울증에 빠지지 않으려면 주변의 도움이 중요하다. 특히 남편의 도움이 필요한데, 가능하다면 육아 휴가를 내서 집안일을 돕고 아내를 케어해주면 좋다. 육아 휴직을 하기 어렵다면 최대한 일찍 퇴근 해 육아에 애쓰는 아내를 정신적으로 지탱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주변 가족들은 “좀 더 열심히 해봐, 다들 하는 일이야, 엄마니까 참아야지, 그래선 안돼”와 같은 말은 삼가고 “열심히 하는구나, 좀 쉬어도 괜찮아, 그래도 돼, 울어도 돼”와 같이 산모를 응원해주며 기운을 북돋아 주는 것도 좋다.
산후 우울감이나 우울증을 느끼는 산모는 누군가에게 우울한 감정에 대해서 소리 내어 털어놓는 것이 좋다. 말할 상대가 없다면 혼잣말을 하거나 아기에게 말을 거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계속 눈물이 날 때는 마음껏 우는 것도 괜찮다. 울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마음을 먹으면 의외로 기분이 후련해지고 노력할 수 있는 힘이 다시 생겨나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의 스킨십이다. 아이를 자주 안아주고 스킨십을 해주면 마음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만약 산후 10일이 지나도 우울한 마음이 지속된다면 조속히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이진경 키즈맘 기자 ljk-8090@kizmom.com
입력 2020-01-21 14:30:54
수정 2020-01-21 14:3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