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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떠올리고 싶지 않은 불쾌한 경험에 대한 기억과 생각을 억제하기 어려워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억 검색을 제한하는 뇌 기능이 약화하기 때문이다.
영국 요크대 스콧 케어니 교수팀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수면 부족과 기억 검색 능력, 뇌 활성 영역 차이 등의 관계를 조사하는 실험에서 이런 사실을 알아냈다고 9일 밝혔다.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고통스럽고 불쾌한 기억인 '관입 기억(intrusive memory)'과 수면 문제가 정신 질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둘 사이의 관계를 파악한 신경·인지 메커니즘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케어니 교수는 "기억 검색 제한을 통한 억제는 기억의 모든 흔적이 연결되는 현상을 약화함으로써 외부 자극에 의해 원치 않는 내용까지 모두 떠오르지 않도록 막아주는 뇌의 매우 영리한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건강한 성인 8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이들 참가자 중 절반은 잠을 잘 자게 하고, 절반은 밤을 새우도록 한 뒤 기억 형성과 회상·억제 실험을 하면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 활동을 살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이전에 자동차 사고나 싸움 등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장면과 함께 본 적이 있는 얼굴을 보여주면서 각 얼굴과 관련된 장면을 떠올리거나 그 장면에 대한 기억을 억제하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기억을 억제하려고 할 때 수면을 충분히 취한 그룹은 밤을 새운 그룹보다 생각, 행동, 감정을 조절하는 오른쪽 배측면 전전두엽 피질이 더 많이 활성화됐다.
또 충분히 잔 그룹은 기억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기억 검색에 관여하는 해마(hippocampus) 활동이 감소했다. 이는 충분한 수면이 원치 않는 관입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기억 검색 작업을 차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수면 중 렘수면(REM sleep)을 더 많이 취한 사람은 기억을 억제하는 동안 오른쪽 배측면 전전두엽 피질을 더 잘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렘수면이 관입 기억을 막는 메커니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케어니 교수는 "수면이 부족한 참가자들은 원치 않는 기억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불쾌한 관입 기억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해마의 기억 관련 프로세스를 억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불안,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부정적 기억을 제한하는 뇌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면 수면을 개선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돕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