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확진된 엄마가 병원에서 아기를 낳을 경우, 산모와 신생아를 분리할 필요 없이 같은 입원실을 쓰도록 해도 괜찮다는 의견이 국립중앙의료원 연구팀에서 나왔다.
산모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라도 태아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수직감염' 사례가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한 제안이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 소아청소년과 최윤영 교수 연구팀은 2020년 12월~2021년 12월까지 의료원에서 출산한 코로나19 확진 산모 34명과 이들이 낳은 신생아 34명을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진행해 대한의학회지(JKMS)에 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에 알려진 연구 가운데 가장 많은 '확진 산모-신생아' 사례를 다룬 것이다.
조사대상 산모 연령은 만 33~38세였으며 임신 35주 이상이었다. 백신 접종을 한사람은 없었으며, 증상 수준은 무증상 또는 경증 13명, 중등증(moderate) 14명, 중증(severe) 7명이었다.
이 산모들이 격리기간 동안 출산한 신생아들은 모두 출생 24시간과 48시간 뒤 각각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연구 대상 산모-신생아 중 수직감염 사례는 없었던 것이다.
신생아의 재태주수(태아가 엄마의 자궁 안에 있는 기간) 중윗값은 38.3주였고 37주 이전에 태어난 조산아는 6명이었다. 태아 중 흉부 압박이나 약물 치료 등 소생술이 필요한 경우는 없었다.
신생아들은 모두 퇴원 후 일주일까지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했으며 추가 확진 판정은 받지 않았다.
연구팀은 "코로나19의 자궁 내 감염은 드물고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한다면 산후 전파의 위험도 낮다"며 "출생 직후 산모와 격리되는 것과 관계없이 신생아의 공기 중 감염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봤다.
이는 확진된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를 우선 격리하도록 되어 있는 기존 국내 의료계 지침을 변경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이다.
대한소아감염학회는 2020년 의료진을 대상으로 마련한 지침에서 확진·의심 환자로부터 태어난 아이는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의심 환자로 보고 관리하도록 했다. 또 신생아는 보육기 치료(인큐베이터 케어) 여부와 상관없이 즉시 신생아중환자실 내 음압병상에 격리토록 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 중 절반의 산모와 신생아는 건강하게 병원에 머물렀다"며 "모자동실(산모와 신생아가 같은 입원실을 쓰는 것)했다면 병원의 과밀수용 부담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캐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에서는 엄마와 아기 사이의 피부 접촉과 모유 수유가 주는 이점을 고려해 모자동실을 권고한다고도 전했다.
이어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모자동실이 가능한 조건으로 산모가 호흡 보조장치가 필요하지 않고 체온이 38도보다 낮으며 안정적인 활력 징후를 보이는 경우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재태주수 35주 이상의 신생아는 대부분 1인실에 안전하게 격리될 수 있으며 임상적으로 모자동실이 가능할 만큼 건강했다"며 "격리 정책을 바꾸면 코로나19로 인한 신생아 격리실 부족을 해결하고 산모의 안전한 분만을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