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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부부의 육아 이야기…"보이는 것 너머를 봅니다"

입력 2018-06-14 14:40:32 수정 2018-06-14 14: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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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수는 있지만 시각장애인 부부가 아이를 키우지 못하는 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에요. 단지 직접 해보지 않아 두려울 뿐이죠. 저는 그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이에요.”

앞이 안 보이는데 아이를 키울 수 있겠냐던 주변의 우려와 달리, 1급 시각장애를 가지고도 누구보다 예쁘게 유성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조현영씨(39). 아이를 달래고 우유를 먹이는 모습이 영락없는 베테랑 엄마이지만 그런 그녀도 처음부터 아이를 돌보는 게 익숙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유성이를 낳고 처음 모유수유를 하던 날, 아이 입이 어디 있는지 한참을 헤매다 결국 젖도 주지 못하고 뒤돌아서던 길 한참을 울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던 현영씨다. 그러나 이내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시각장애인 부부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이 녹록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조 씨의 나지막한 어조에는 생동감이 흘러넘쳤다.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유성이의 엄마, 조현영 씨의 육아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이가 참 예쁘다
많은 분들이 유성이를 보고 예쁘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예쁘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지금은 유성이를 낳아 잘 키우고 있지만 출산 전에는 여러 고민이 있었다고
처음에 저는 아이를 갖게 되면 낳지만,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은 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남편과 제가 모두 장애가 있고 아이한테 유전이 될 수 있는 만큼 아이가 저희처럼 똑같은 어려움을 겪을까 봐 걱정스러웠거든요. 더욱이 둘 다 앞이 보이지 않아 남들처럼 아이를 키울 수 있을지 자신도 없었고요. (남편 최 정일 씨도 시각장애 3급으로 시력이 일부만 남아있다)


-'잘 키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무색하게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우선 우려했던 것과 달리 유성이가 건강하게 태어나줬어요. 낳고 나니 왜 괜 히 걱정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를 낳기 전에는 여러 생각 때문에 막연히 두려웠던 것 같아요.

-
다른 시각장애인 부부 중에도 비슷한 이유로 아이 낳기를 고민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두려운 마음이 들거에요. 저도 처음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솔직히 기쁜 마음보다 염려하는 마음이 앞섰거든요. 그런데 그때 남편이 "혹시 아이가 우리처럼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장애를 먼저 경험해 본 부모이기에 어떤 것이 불편하고 어려운지 아니깐 잘 교육 해주면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남편 덕에 용기 낼 수 있었어요.


-육아가 처음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베테랑처럼 보인다. 처음 아이가 태어나고 돌보는 게 겁나지 않았나
유성이가 태어나고 처음 에는 겁이 나서 할 수 있는 것도 모두 남편에게 다 맡겼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유성이 돌보는 일을 하나씩 하다 보니 이전 같았으면 시도도 해보지 않았을 일들도 시도해보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어요. 부모가 되고 아이를 키워야 하다 보니 소심한 성격이 적극적으로 변하더라고요. 아이가 태어나고 성격이 이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다 유성이 덕분 이죠. 다들 놀라시지만 지금은 유성이 손톱, 발톱도 깎아주고 있어요. (웃음)

-속상했던 순간도 있었다고
유성이가 태어나고 처음 모유수유 할 때, 병실로 돌아가서 많이 울었었던 것 같아요. 간호사 선생님께서 수유 자세를 알려주셨는데 보이지 않다 보니 애기 입이 어디 있는지 못 찾아 저만 모유수유를 못했거든요. ‘부족한 엄마라서 수유도 못하는구나’하는 마음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물론 시간이 지나니깐 수월해졌어요. 여전히 혼자서 하지 못 하는 것들이 있어요. 분유를 탈 때 물양을 조절 한다 던지 물약을 줄 때 ml를 잘 가늠해서 줘야 하기 때문에 혼자서는 못 하는 부분이에요.

-어떤 때, 부모가 된 기쁨을 느끼는지 듣고 싶다
아이가 매순간 성장하는 것을 느낄 때 기쁘고 행복해요. 옹알이를 처음 했을 때, 제가 ‘그랬어’ 반응하면 옹알이로 대답하는데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아기가 다 알아듣는구나 싶어서요. 또 누워만 있던 애가 어느 순간 뒤집고 배를 밀어서 기어 다니고 팔도 못 뻗어 애가 팔을 뻗어 물건을 잘 잡을 때, 이가 처음 났을 때 등 모든 순간 순간이 신기하고 기뻐요.

-'U+우리집AI' 홍보 영상이 화제가 됐다. 특히나 ‘터치만 하면 다 되는 세상이 시각장애인에게는 더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를 통해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저희의 이야기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뜻 깊어요.

-대부분 터치식 제품일 텐데 가전제품을 사용하는데 제약이 따르겠다
밥솥,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 대부분의 가전제품이 터치라 육아를 하면서라기 보다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있었어요. 시각장애인은 켜고 끄는 느낌을 촉감으로 알아채는데 터치는 기존에 느꼈던 촉감 을 느낄 수 없으니 작동하는지 판단하기가 어려웠거든요. 어떤 분은 점자스티커를 붙이면 되지 않냐고 하시지만 점자스티커는 일부러 붙이지 않아요. 점자를 읽기 위해서 더듬거리다가 다른 버튼을 누를 수도 있어서요.


-덕분에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유성이를 보고 많은 시각장애인 부부에게 힘이 될 것 같다. 도움이 될만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보통 시각 장애인 엄마들이 한 달을 울어요. 젖도 물리기가 쉽지 않고, 어떻게 안는지도 방법을 모르니까요. 힘들 수는 있지만 시각장애인 부부가 아이를 키우지 못하는 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에요. 단지 직접 해보지 않아 두려울 뿐이죠. 저는 그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 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이에요.

아이가 태어나고 불어온 기분 좋은 삶의 변화. 그 어느 때보다도 유성이와 행복한 시간을 누리고 있는 조현영 씨 부부는 마음 한편으로는 장애부모를 둔 탓에 유성이가 그 짐을 짊어지고 살아갈까 봐 걱정이라고 말한다. 보이지 않아 서툴고 느리지만 최선을 다하는 부모의 진심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걸까. 엄마 품에 해맑 게 웃고 있는 유성이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앞을 볼 수 없지만 보이는 것 너머를 볼 줄 아는 엄마 조현영씨 가정이었다.

오유정 키즈맘 기자 imou@kizmom.com
입력 2018-06-14 14:40:32 수정 2018-06-14 14:40:32

#인터뷰 , #육아 ,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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